"고객이 항상 옳다"는 격언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지만 업무상 항상 깊숙이 배어 있고, 좋든 싫든 우리는 고객의 기분을 맞춰 주어야 했다. 고객이 문을 열고 미팅 장소에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하면 그들의 기분을 잘 맞춰주면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까?
이제 '고객이 항상 옳다'는 몸에 밴 격언의 사슬을 끊을 때가 됐다. 당신이 프리랜서나 작은 회사의 오너로서 일을 하다보면, 고객이 절대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객이 어쨌든 맞다 하더라도 그들이 옳지 않은건 여전하다. 그 이유는 고객이 아무리 좋은 소스와 조언을 준다한들, 고객이 우리를 '고용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디자인 판에서 역설적인 현상을 만들어 낸다. 즉, 고객에게 끊임없이 맞춰줘야 하면서 동시에 고객으로부터 방해와 피해만 계속 받는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고객이 항상 옳다"는 규칙에 디자이너가 따를 필요가 없다는 네 가지 중요한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1.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저희 회사 로고를 새로 디자인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이전 로고와 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났으면 합니다. 그게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기 좀 그런데, 아무튼 잘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처음에는 디자이너의 역량을 믿겠으니 모든 디자인 감각을 동원해서 잘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하는 고객의 부탁과 고객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에 드디어 나의 디자인 스킬과 자유로운 작업물 제작을 할 수 있어 기분이 들뜰 것이다. 당장 작업에 돌입하지만 고객이 실망을 하고, 다시 스케치업을 해서 보내주자 바로 지적과 함께 수정할 것을 보내준다.
위 이야기처럼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따로 있지만 디자이너와 공유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고객의 마음을 읽지 못해 이제 더 이상 아이디어가 나오질 않는다.

 

다른 경우로는,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걸 이야기 한다. 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터무니없는 생각이라 반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 역시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거지만, 고객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기에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객은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밀어부칠 것이며, 디자이너는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고객의 말에 질질 끌려다니며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2.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고객: 이것 좀 덜 까맣게 해주시겠어요? 반정도 까맣게요.
디자이너: 회색을 말씀하시는건가요?
고객: 아니 회색말구요, 지금보다 조금 덜 까맣게요.
디자이너: 회색이 아니면 검정색이거나 흰색이거나, 둘 중에 하나만 있는데요.
고객: 아 당연히 검정색인데, 약간 덜 까맣게 해달라구요. 반정도만..

 

다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위와 같은 상황에서 당신은 절대로 고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컨셉에 대한 비쥬얼적인 부분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고객이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객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도 작업 중에 비쥬얼적인 부분을 말로서 옮겨질 때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시안과 초안을 만들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고객과 저런 식으로 가다간 40번 이상 수정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객은 다시 이런 말을 꺼낸다, "이건 그 울긋불긋한 느낌이 많이 안 나잖아요.. 무슨 말인지 알죠?"

 

 

3. 고객은 디테일적인 부분까지 보지 못한다.

 

고객: 이 리플렛 디자인은 좀 아니네요.
디자이너: 저번 달에 중간컨펌도 보셨고 다 좋다고 하셨잖아요.
고객: 아 뭐 그때는 좋다고 했지만, 지금 다시 보니까 아닌거 같아요. 그때 못 봤던게 이제 보이는 것일 수 도 있고..

 

고객은 꽤 상당히 자신이 디자인 작업 전체를 디자이너에게 위임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때는 바로 확실한 디자인적 결정을 지어야 할 때이다.
많은 고객들이 처음에는 디자인이 너무 좋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승인을 내리고 작업에 들어가지만, 결과물을 앞에서는 같은 디자인을 가지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 때가 디자이너에게는 정말로 주저앉고 싶은 심정일 때이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지만 가장 최선의 길은, 고객들이 디테일을 완전 무시한다고 가정하고 그들에게 무엇이 좋은지 싫은지 조목좀고 디테일적인 부분을 하나씩 열거해서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고객들이 얼마나 변심이 심하고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4. 고객은 디자이너가 쏟아부을 시간과 수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내일까지 끝내주셨으면 합니다."

 

고단 하루만에는 절대 작업을 끝낼 수 없을 뿐더러 작업이란게 간단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객은 여전히 디자이너가 눈만 깜박하면 작업물이 "타다~"하고 나올거라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는 고객이 결과물의 요소 하나하나가 어떻게해서 올려지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에게 매 단계마다 충분한 설명을 해주며 왜 이런 것이 필요하고 얼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얘기해야 한다.

 

 

정중하게 고객의 옷을 털어주기

 

위의 네 가지 이슈를 해결해줄 마법같은 방법은 없다. 결국 정중하지만 확고해져야 한다. 자신의 규칙과 정책을 말하고 다른 것들은 받아들이지 말아라. 고객을 어느 때에 맞춰주고 과감히 거절해야 할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 시동을 켜고 끄는 키는 고객이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는 그저 고객에게 한번 더 대화를 하는 것으로부터 꼬인 일을 풀 수 있다.